안녕하세요, 시그니아 독일보청기 오산센터 / 동탄센터 대표원장 김노은 입니다. 주말 아침, 오늘은 소리에 관한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우리는 보통 ‘본다’는 행위를 눈만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소리만으로 공간을 파악하고, 심지어 자전거를 타고 낯선 길을 나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인간 에코로케이션, 우리말로 ‘인간 반향정위’라고 불리는 놀라운 능력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박쥐와 돌고래만의 능력이 아니다
박쥐와 돌고래는 자신이 낸 소리가 물체에 부딪혀 돌아오는 반향을 감지해, 어둠과 깊은 바다 속에서도 장애물과 먹이를 찾아냅니다. 잠수함의 소나(음파탐지기)도 같은 원리를 씁니다. 그런데 이 능력은 동물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사람도 혀를 차거나 입술을 튕겨 짧은 ‘클릭’ 소리를 내고, 그 소리가 돌아오는 반향을 듣는 것만으로 벽·문·계단의 위치와 재질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다니엘 키시(Daniel Kish)입니다. 생후 13개월에 두 눈을 잃은 그는 스스로 ‘플래시소나(FlashSonar)’라 부르는 클릭 반향 훈련법을 개발해, 소리만으로 자전거를 타고 낯선 거리를 다닐 정도의 공간 인지 능력을 갖게 됐습니다.
소리를 ‘보는’ 뇌 — 시각피질의 재활용
더 놀라운 것은 뇌의 반응입니다. 2019년 발표된 뇌 영상 연구에 따르면, 숙련된 시각장애 에코로케이터가 클릭 반향을 처리할 때 청각피질뿐 아니라 평소 시각 정보를 담당하던 시각피질이 활성화됩니다. 심지어 시각 정보가 지도처럼 펼쳐지는 ‘레티노토픽(retinotopic)’ 형태의 공간 지도가 시각피질 안에 형성되기도 합니다. 다른 감각기관이 쓰지 않는 뇌 영역을 빌려 쓰는 이 현상을 ‘교차감각 가소성(cross-modal plasticity)’이라고 부릅니다.
최근 연구들은 반향으로 물체의 재질까지 구분하는 과정에 해마옆피질(parahippocampal cortex)이 관여한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즉 뇌는 소리를 단순한 ‘들림’이 아니라 공간을 그려내는 정보로 재해석하는 것입니다.
훈련하면 누구나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어느 정도는 가능합니다. 영국 더럼대 로어 탈러(Lore Thaler) 연구팀은 눈을 가린 참가자들이 불과 몇 주의 훈련만으로 클릭 반향을 이용해 물체의 존재·거리·크기를 비교적 일관되게 판단할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물론 숙련자 수준의 정밀한 공간 지도를 만들기까지는 오랜 연습이 필요합니다.
다만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반향을 만들려면 소리를 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클릭을 삼가면 정보도 함께 사라집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에코로케이션이 ‘초능력’이 아니라 훈련된 감각이자 보행 보조 수단이라고 설명합니다.
귀는 듣는 기관이면서 동시에 ‘보는’ 기관
이 이야기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청각은 단순히 소리의 크고 작음을 감지하는 감각이 아니라, 공간·거리·방향·안전을 파악하는 감각입니다. 두 귀에 들어오는 미세한 시간차로 방향을 아는 원리는 눈을 감아도 소리의 방향을 아는 이유에서도 다룬 바 있습니다. 그래서 난청이 생기면 대화가 어려워질 뿐 아니라, 어디서 소리가 나는지·얼마나 멀리 있는지에 대한 감각이 흐려져 넘어짐과 사고 위험이 커집니다.
청력은 소리로 세상을 그리는 감각입니다. 갑작스러운 청력 저하나 이명, 대화가 잘 안 들리는 증상이 있다면 방치하지 마시고 정확한 검사와 상담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청력 관련 고민은 시그니아 독일보청기 오산센터/동탄센터에서 무료로 상담해 드립니다.
참고 자료
Retinotopic-like maps of spatial sound in primary visual cortex of blind human echolocators (Proc. R. Soc. B, 2019)
시각장애인도 박쥐처럼 메아리로 주변 파악 (조선일보, 2021)
World Access for the Blind / FlashSonar (Daniel Kish)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