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그니아 독일보청기 오산센터 / 동탄센터 대표원장 김노은 입니다. 토요일 아침, 창밖 소리에 한 번 귀를 기울여 보시는 건 어떨까요. 오늘은 요즘 도로에서 부쩍 많아진 전기차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소음이 줄어드는 기술이 왜 다시 소리를 되돌려 놓았는지, 그 이유를 청력의 관점에서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전기차는 정말 조용합니다. 정지 상태는 물론이고 저속으로 다가올 때도 거의 소리가 나지 않죠.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이 조용한 차에 일부러 인공적인 주행음을 넣는 장치가 전 세계에서 의무화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소음을 줄이려고 만든 차에 다시 소리를 넣는다니, 모순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보행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조용함이 만든 사각지대
사람은 도로에서 눈만 쓰지 않습니다. 귀도 함께 씁니다. 뒤에서 오는 차의 소리, 멀어지는 차의 소리는 시야의 사각지대를 채워 주는 중요한 정보입니다. 내연기관 차량은 저속에서도 엔진음이 어느 정도 들려 존재를 알려 주지만, 전기차는 모터 소리와 타이어 소리가 매우 작아 눈에 들어오기 전까지 인지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위험한 구간은 주차장, 골목길, 아파트 단지 안 도로처럼 속도를 거의 내지 못하고 달리는 곳입니다. 차는 시속 10km 남짓으로 서서히 다가오는데, 보행자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해 돌아서지 않습니다. 이 사각지대는 청력이 약한 분이나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시각장애인, 그리고 이어폰을 낀 사람에게 훨씬 크게 다가옵니다.
AVAS — 20km/h 이하에서만 울리는 이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저속주행음장치, AVAS(Acoustic Vehicle Alerting System)입니다. 차량 외부에 스피커를 두고 저속 주행이나 후진 시 가상의 주행음을 만들어 보행자에게 접근을 알리는 장치입니다. 국제적으로는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 규정 제138호가 이 장치의 기준을 정하고 있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은 전기·수소차 신차에 이 장치를 의무화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소리가 나는 속도 구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대체로 시속 20km 이하에서 작동하고, 그보다 빠르게 달리면 소리가 줄거나 멈춥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속도가 붙으면 타이어와 바람이 만드는 주행 소음 자체가 커져서, 굳이 인공음을 더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즉 AVAS는 정숙한 전기차가 가장 조용해지는 저속 구간만 정확히 겨냥한 안전장치입니다.
기준이 정한 소리의 크기 — 너무 작아도, 너무 커도 안 된다
AVAS의 소리는 마음대로 만들 수 없습니다. 국제 기준은 저속 구간에서 일정한 크기 이상의 경고음이 나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대표적으로 시속 10~20km 구간에서 최소 약 50dB(A) 이상의 소리를 내야 하고, 동시에 지나친 소음 피해를 막기 위해 최대 약 75dB(A)를 넘지 않도록 상한도 정해 두었습니다. 참고로 50dB는 조용한 사무실이나 일반적인 대화 수준, 75dB는 시끄러운 도로변 정도의 크기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규칙은 소리의 높낮이가 변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같은 소리가 계속 반복되면 뇌가 곧 배경음으로 분류해 버려 인지가 흐려집니다. 그래서 차가 가속하면 음이 점점 높아지는 식으로, 속도 변화에 따라 소리의 높낮이를 바꾸도록 권고합니다. 사람의 귀가 움직임과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활용한 설계입니다.
소리 설계와 청력 — 누구의 귀에 들리는 소리인가
여기서 보청기 센터의 관점이 하나 더해집니다. 경고음이 울린다고 해서 모두가 똑같이 듣는 것은 아닙니다. 고령자의 난청은 대개 고주파부터 시작되고, 소음성 난청도 높은 음역이 먼저 상합니다. AVAS 소리의 주파수 대역이 지나치게 높으면 정작 위험에 가장 취약한 분들이 듣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국제 기준도 특정 주파수 대역에 소리 에너지가 충분히 담기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보청기를 사용하는 분들의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보청기는 착용자의 청력 프로파일에 맞춰 소리를 증폭하기 때문에, 저속 전기차의 주행음 자체는 오히려 잘 들릴 수 있습니다. 다만 여러 소리가 뒤섞인 도로에서는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고, 양쪽 귀의 상태가 다르면 소리가 오는 쪽을 판단하기가 더 힘들어집니다. 결국 보청기 관리의 핵심은 소리를 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느 방향에서 오는 소리인지 구분할 수 있게 맞추는 데 있습니다.
정리하며 — 들리는 것이 곧 안전입니다
전기차의 AVAS는 조용함이라는 편익과 안전이라는 책임 사이에서 만들어진 타협의 결과물입니다. 그리고 그 타협의 기준은 결국 사람의 귀에 맞춰져 있습니다. 소리는 단순한 신호가 아니라, 위험을 미리 알려 주는 생존의 감각이라는 사실을 이 장치는 잘 보여 줍니다. 오늘 길을 걸으실 때, 뒤에서 다가오는 차의 소리에 한 번쯤 귀를 기울여 보시면 좋겠습니다.
청력이 조금씩 멀어지는 느낌이 들거나, 도로에서 소리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면 가볍게 여기지 마시고 검사를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청력 관련 고민은 시그니아 독일보청기 오산센터/동탄센터에서 무료로 상담하실 수 있습니다. 정확한 검사와 상담을 바탕으로 지금의 청력에 꼭 맞는 방향을 함께 찾아드리겠습니다.
참고 자료
UNECE — Vehicle Regulations (UN Regulation No. 138)
Accident Analysis & Prevention — Effect of additional warning sounds on pedestrians detection of electric vehicles
ThinkMind — Assessing the Effectiveness of Acoustic Vehicle Alerting Systems (AVAS)

